어느촌놈의 짧은 여름휴가
경인 우정청 여름수기공모/우수상
여름휴가동안 계속된 장마로 인하여 번번한 휴가도 못가고 출렁거리는 파도를 본지도 근 2개월이 지나갔다.
주말만 되면 비 소식에 폭우까지 몸은 근질근질 하는데, 가슴속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낚시의 충동을 참아가며
수시로 인터넷에 일기예보를 보려고 들락날락. 그러는 동안 휴가기간은 끝나가고,
아내는 당신은 휴가 없느냐고 졸라대고, 어디 소통부서에서 휴가를 가는 것은 사치일 뿐 별수가 있나요.
인터넷에 들락거리는 보람이 있어 드디어 날짜를 잡았다.
텐트로 야영도 할 수 있고 낚시도 할 수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방파제.
8월 셋째 주1박2일 일정으로 결정전날 금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들떠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
집사람도 좋다고 덩달아 맞장구친다.
토요일 8시 출발하여 2시간의 주행 끝에 마도 방파제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일, 가랑비가 내린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잔디밭에 텐트가 꽉 차서 칠 곳이 없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까 한 팀이 철수한다. 이것이 천우신조라 해야 하나.
비오는 와중에 텐트 치기로 강행하고 다 다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집에서 준비해온 라면에 양파 까고, 묵은 김치 넣고,
야외에서는 남자인 내가 식사당번. 맛있게 솜씨자랑을 했다.
아내 왈, “라면이 진짜로 맛있네.” 한마디에 그저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배도 부르니 눕고 싶다
텐트에 누우니 빗방울 소리가 톡 톡 치며 비오는 여름의 운치를 느낀다.
집에서 못 다 나눈 이야기꽃을 피우며 보내던 중 비가 그치고 햇볕에 텐트 안이 후덥 지분 하다
이제 본업인 고기 잡아야지.
물때 좋고 날씨 좋고 고기마져 적당히 올라와 주면, 이런 날은 복 받은 날이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내 마음도 온통 푸르른 날.
갈매기도 푸르른 창공에서 끼룩 끼룩 환영하는 이 좋은날에 힘껏 바다에 릴을 던져본다.
벌써 소식이 온다. 개구쟁이 녀석인가 보다. 요리저리 장난치는 모습이 손끝에 느껴진다.
제법 힘이 있다. 파드닥 손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고등어 새끼다. 이놈아, 더 커서 내년에 보자 방생을 해주며 다시 던져본다. 소식이 없다.
팔뚝만한 숭어 때는 왔따갔다 하는데, 영 소식이 없다.
아내는 “고기 잡아야 매운탕 끓여먹지.” 하면서 보챈다.
아, 체면 치레라도 해야 하는데.......
실하고 통통한 새우를 다시 끼우고 물속 깊숙이 멀리 던져본다.
조금 기다림이 있고 어~어~ 어신 찌가 막 들어간다. 움직임이 너무 크다. 엄청 큰놈인가 보다.
좌우로 힘자랑하며 올라오는데, 아! 숭어다!
그것도 아까 보던 그놈중의 팔뚝만한 그놈이 내 낚시대에!
순간 엄청난 희열이 느껴진다. 이 맛에 낚시를 하는 거야 하고 들어서 뜨려는 순간 줄이 터져버렸다.
아~~하는 탄식과 함께 아내의 아쉬운 한마디. “정말 큰놈인데~~기회는 또 오는 거야.”
아내의 위로를 받으며 다시 용기를 내서 또 낚싯대를 던져본다.
풍덩~ 소리가 좋다. 감이 좋다.
그런대 영 소식이 없다 이쪽저쪽 에서는 함성이 터지는데 ~~~
무소식이 희소식 다시 내 낚싯대가 출렁거린다. 또 숭어인가 보다.
이번에는 침착하게 천천히 릴을 당겼다. 드디어, 뜰채로 뜰만큼 가까이 끌어왔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서 드디어 끌어올렸다. 정말 크다.
몸부림치며 파닥거리기를 그놈을 수건으로 몸을 감싸서 겨우 어망에 넣었다.
회로 뜨면 한 접시 이상 나오겠다. 그놈 잘도 생겼다 너 때문에 체면도 세웠다.
어망에 담아놓고 신기한 듯 한참 쳐다본다. 내가 잡 은 것 정말 맞아
숭어는 싱싱할 때 잡어야 돼요 아내의 성화에 능숙한 솜씨로 회를 친다.한 접시 넘게 나온다.
아내와 저녁노을이 넘어가는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며 모처럼 오붓하게 단둘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 숭어회를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안주삼아 아내가 따라주는 소주한잔이 이 마른 목젖을 통과하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술처럼 술 술 절로 나와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노래도 절로 나오고
오랜만에 아내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가며 즐거운 하루가 지나간다.
숭어야, 점수도 따고 체면 세워줘서 정말 고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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